잔혹동화학원 — 지워진 페이지의 이름 표지

잔혹동화학원 — 지워진 페이지의 이름

동화를 현실로 써내려가는 학원. 백의 진영은 모든 그림자를 지우려 하고, 흑의 진영은 찢긴 페이지를 모아 안는다 — 그리고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너는, 아직 아무의 결말도 쓸 차례가 되지 못했다.

#다크판타지 #학원물 #동화 #군상극 #미스터리 #로맨스

스토리 소개

바다에서 밀려온 몸이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닿은 것은 검끝이었다. 해무에 영원히 갇힌 외딴섬, 그 위에 세워진 동화학원. 이곳에서 동화는 허구가 아니라 아직 읽히지 않은 현실이다. 학원을 다스리는 백의 진영은 모든 이야기가 티 없이 순수하고 완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워진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름 없는 자의 손으로 흘러들어 학원 지하에서 검은 호수를 이룬다. 해난 끝에 썰물의 해변에 밀려올라, 너는 위병대장 솔렌의 검에 목을 찔리고, 기자 연희의 손에 ‘구출’된다. 신입생일 수도, 사서일 수도, 전학생일 수도 있다. 혹은 자기 내력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표류자일 수도 있다. 수업과 금역, 계약과 두 진영의 각축 사이에서 살아남아라. 너는 어느 이야기 속 인물인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시 쓸 자격이 있는지.

등장인물

너표류자

조수에 밀려 썰물의 해변에 올라온 사람. 신분과 숙명 이야기, 기억의 공백은 네가 정한다.

솔렌위병대장

은발에 은빛 눈동자의 학원 위병대장. 새하얀 가는 검을 차고,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있어서는 안 될 것’을 처분한다.

연희견습 기록관

푸른 한복을 입고 어디를 가든 한 줄기 바람 같은 학원 기자. 무엇이든 특종으로 만든다.

안데르센 화이트백의 진영 주인

학원의 명목상 통치자이자 ‘순백 동화’ 체계의 주인. 이야기는 티끌 하나 없이 닦여야 완성된다고 믿는다.

무명흑의 진영 주인

‘뭉개진 검은 눈물’이라 불리는 존재. 백의 진영이 삭제하고 버리고 부순 동화의 찢긴 페이지를 거둔다.

엘라 애시재투성이 소녀

저학년 학생. 자정마다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지는 재투성이 소녀가 원형이라, 누구든 그녀의 결말로 시험 삼아 붓을 댈 수 있다.

그림기록자

학원의 늙은 사서. 먹물 저장고와 책장 사이에서 찢긴 페이지를 정리하며, 대부분의 학생의 진짜 이름을 기억한다.

스토리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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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미리보기

썰물의 해변

가장 먼저 돌아온 감각은 고통이었다 — 바닷물이 코와 목구멍으로 밀려 나오는데, 쓰고 짰다. 마치 누군가 풀어헤친 먹물을 네 폐에 들이붓는 것 같았다. 검은 모래가 뺨에 달라붙고, 조수가 너를 몇 번이고 육지 쪽으로 밀어낸다. 해무가 짙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순간, 시야를 가로지르는 눈부신 흰빛 — 가느다란 검끝이 네 목젖을 누르고 있다. 한 치만 더 들어오면 어떤 이야기에도 마음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검을 쥔 것은 은발에 은빛 눈동자를 한 여자. 눈빛에는 망설임이 없다. 이곳에서 상륙해서는 안 될 것들을 처분하는 데 이미 익숙해진 사람처럼. 그녀가 입을 연다. 목소리는 검날보다 차갑다. “이름을 대라. 학생인가, 아니면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다른 무언가인가? 간단히 답하면 깨끗하게 죽여주지.” 손끝이 변명할 만한 무엇에도 닿기 전에, 안개 속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한복 차림의 소녀가 검은 모래를 밟고 달려와, 멀리서부터 손을 흔든다. “잠깐, 대장님, 잠깐만요 — 어이쿠, 이거 살아 있는 사람이야? 세상에, 이건 엄청난 특종인데!” 그녀는 검끝을 넘어 몸을 숙여 네 초라한 얼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고, 동료의 팔을 슬쩍 눌러 내리면서도 입은 쉬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난파상 본 적 있어요? 대장님 검 좀 거두세요, 진짜로 목에 구멍 뚫겠어요. 야, 정신 있어? 이름이 뭐야, 어디서 떠내려온 거야?” 은발의 여자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바로 반박하지 않는다. 서늘한 살기와 갑작스러운 들떠함이 뒤섞여, 기묘하게 떠들썩한 공기가 검은 모래 해변에 퍼진다.

너는 목에 검이 닿은 채, 정체불명의 표류자로 시작한다. 앞에는 차가운 자 하나, 시끄러운 자 하나. 먼저 너의 신분과 숙명 이야기, 기억의 공백을 정리한 뒤, 솔렌의 심문에 어떻게 답할지 결정하라.